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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진
​30 x 30 x 30cm
설치작, 거울

죽음이 필연적임을 알지만 가까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 착각 속에서 인간은 불멸의 존재가 된다. 죽음을 인지하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잊지 말 것. 죽음은 항상 곁에 있다. 보이면서 보이지 않으면서. 

육면체에 비치는 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당신일 것이다. 당신의 시선, 이 작품을, 죽음을 제3자로서 바라보고 있진 않은가? 주변을 비추며 공간과 동화되어 있는 듯하지만, 그 형태는 분명한 육면체. 죽음과 닮아 있다. 이로써 죽음은 나에게도, 주변인에게도 언제나 찾아올 수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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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오브제
인남홍
37 x 25 x 37.5cm
철사, 스웨터, 폼보드, 페브릭 스티커 등

삶을 꿈꾸는 건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안락하고 따듯한 공간과 함께할 사람, 자아의 실현. 이 모든 요소들이 형성하는 삶의 이상향은 막 개화한 꽃처럼 화사하다. 

하지만 삶은 매 프레임마다 새로이 갱신되기에, 그러한 현상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고, 더 나아가 그 색채와 형태마저 크게 변한다. 
대개는 내부적인 요인보단,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피워내고자 분투한다.
그러나 어떤 줄기는 칼바람에 꺾이고, 어떤 이파리는 햇빛에 말라붙고, 어떤 뿌리는 썩는다. 
우리의 삶조자도 우리가 의도한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그렇기에 삶은 식물성이다.

또한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결국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좋든 싫든,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임의로 놓인 여로 위를 걷는다. 또한 의식하든 아니든, 우린 모두 창작자의 자격을 가진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절대 삶을 계획한 대로 완성할 수 없다.

그것은 삶이 인지불가능한 수천, 수만 겹의 나비효과로 둘러싸여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창작품의 형태를 짐작할 수는 있어도 확신할 수는 없다.

또한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 순 있어도 감상할 수는 없다. 마침표를 찍는 순간, 아무것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으로 얄궂은 상관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은 전시가 끝날 때까지 미완성이다. 그러니 이 조형물이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있으면 한다. 그러니 마음대로 형태를 변형해도 좋다. 

남홍씨 개인작1
남홍씨 개인작 2
얄궂은 오브제
얄궂은 오브제
얄궂은 오브제

A의 전언(傳言)
지혜민
80x60cm
디지털 프린트 설치

요즘 주어와 술어의 자리를 자주 혼동한다. 머릿속의 복잡한 상념을 메꾸기에 급급하다보니 결국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막연해진다. 종착점에 대한 생각은 곧 삶의 끝의 지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했고, 에르빈 슈뢰딩거의 텍스트를 이용하여 ‘죽음’과 ‘삶’에 대해 인식, 삶 속 '자아'을 바라보는 자세를 재조명 해보고자 한다.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텍스트를 나열하고, 그것의 원형을 찾는 과정을 통해 일생동안 일어나는 자아정립의 과정을 환기하도록 한다.

A의 전언_1
A의 전언_2

우리가 양지에 묻히게 된다면?
김재윤, 신예은, 이예원, 지혜민
가변크기 ( 150cm x 40cm x 30cm)
모래, 돌, 바위, 검은 공단천, 모바일 링크, 에센셜 오일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 식물에서 추출되어 아로마테라피에 이용되는 오일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해 질문을 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양지에 묻히는 행위는 현실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더러, 현실에서 자주 하는 고민과는 거리가 멀다. 작품을 통해 사후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하는 행위와, 평소에 깊이 생각해 보지 않던 주제를 들춰내어 고민해 보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또한 모래, 돌, 바위가 쌓여있는 것이 마치 '무덤'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아래의 좌대는 양지 바른 곳을 형상화 할 수 있는 소재이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죽음을 사유하는 세 가지 유형 중 자신이 어디 속하는지 알고, 자신의 죽음관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참여자는 각 유형에 맞는 코멘트와 에센셜 오일을 추천받게 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회피하는 눈 가리개 유형인 '바위 유형', 죽음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는 '돌 유형', 사후 세계에 대해 상상하는 '모래 유형'으로 나누어, 성향 차이에 따른 죽음관을 분류한다.
관객은 전통적 염원의 형태인 '돌 무덤(바위 무덤, 모래 무덤)'위로 아로마 향을 더하고, 마치 무언가를 염원하듯한 자세로 자신의 죽음관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는 죽음을 그 자체로 완연하게 바라보며, 삶과 죽음의 연결성과 복합적인 접점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그 고민의 결과는 설치작에 관객이 직접 개입하여 작품을 후각적, 심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 통해 발현하게 된다.

양지1
양지2
양지3


공예은, 김정하, 박서영, 안효진, 인남홍
가변크기 
혼합재료

죽음으로 삶을 끝마치게 된다. 비로소 삶은 완성된다. '完'이 가지는 '완전하다', '완결 짓다'라는 의미는 어쩐지 죽음과 닮아있다. 삶의 완결. 그 연장선에는 장례식이 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장례식의 형태를 제안한다.​

1. 공예은

카메랄트 여덟 번째 전시 디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쓴 일기가 유서가 되었다. 전날까지 전시 생각에 설렜던 나는 전시 당일에 신촌문화관을 가다 실족사로 죽고 말았다.

당장 내일 갑자기 죽는다고 했을 때 나의 장례식의 모습은 어떠면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단체작을 준비했다. 

먼저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생각에 행복한 순간 찍힌 사진을 인화하여 두었다. 그리고 사진 외에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향기를 이용해 내가 즐겨뿌리던 향수의 향을 담아두었다.

내가 준비한 모든 것들을 통해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를 기억해주세요’가 꽃말인 라일락을 밑에 깔아두었다.

2. 김정하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례식을 떠올려본 적은 없었다. 언젠가 마주하게 될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오랜 시간 고민했다.

마냥 슬픈 장례식은 싫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웃으며 나를 보내주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조금 슬퍼하고 상실의 아픔이 아물었을 때 어느 순간, 어느 장면에서 나를 떠올리며 엷은 미소를 띄어주길 바란다.

그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위로받는, 또 안정을 느끼는 것이었으면 했다. 

_정하 고요할 정, 강물 하
이름 처럼 살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정하는 정하다웠다. 어두운 바닷속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 때 곁에 있어준 한 줄기의 햇빛이 나를 더욱 반짝이게 해주었다.

_웃는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한다. 그건 그 사람 덕분이었다. 모든 장면에 곁에 있어준 사람들 덕분에 내 삶은 다양한 색이 칠해졌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죽는 순간까지 행복했던 기억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마무리하는 장례식이 되었으면 한다.

 

3. 박서영

장례(葬禮)란 무엇일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람을 살아있는 자들이 예를 다해 배웅하고 그동안의 추억에 작별을 고하는 일. 가끔 생각이 나면 너무 슬퍼 목이 메이는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는 일. 나한테는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사람을, 지금 현대의 장례식에서는 영정사진을 제외하고 그 사람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인생은 유한하여 모두가 죽어가는데, 마지막은 나로서, 안녕을 고하고 싶다. 나는 살아있을 때 눈물이 참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래도 우리 이별할 때만큼은 나에 대해 온전히 생각해주며 웃으며 안녕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어떤 것을 특히 싫어하지도, 간절히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오브제는 짧은 인생에 스친 웃음과 생각이다.

 
이름에도 꽃부리 영이 들어가, 많은 꽃을 사랑한 내가 제일 닮고 싶었던 노오란색 프리지아와 흰색 수의 대신 입고 걸어가고 싶은 원피스.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말처럼 계속해서 세상을 부수고 나오고 싶었던 나를 표현한 작은 알 두 개. 사람들을 많이 사랑한 나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는 포옹과 스킨십으로. 이 모든 것은 나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나의 손글씨로 적어보았다. 


이 작품으로 ‘남들과는 다른 장례’ 라기보다 ‘나다운 장례’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나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 때에 생을 마감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프리지아의 꽃말처럼 나에게 다른 세상은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 그렇기에 우리 모두 웃으며, 오늘은 나를 추억해주며 안녕이라 합시다. 난 다른 세상에서 보고 있을, 당신의 마지막은 어떨지 참 궁금하네요. 우리, 이제, 안녕!

 

4. 안효진
조문객들로 하여금 준비된 장례식이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러니까, 너무 급히 영영 떠나버린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다. 설사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포스터에 적혀있는 음악, 향수, 소설은 이것들로 고인을 떠올려주었으면 했다.

동시에 남겨진 자들이 고인이 그리울 때 들여다볼 수 있는 요소들이자 연결고리이다.

또한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보였으면 했다. 장례식이란 고인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왼쪽의 이미지와 오른쪽의 이미지는 각각 현실(공학)을 택한 삶과, 현실로 인해 포기한 삶(광고 기획자)을 의미한다.
현실을 택하는 것이 인생에서 더 많이 차지한 일이었으므로 이미지의 크기도 이와 비례한다.
오른쪽의 이미지는 왼쪽에 비해 다채로운 색 구성과 다양한 형태의 도형, 그러나 찢겼으며 오브제에 의해 가려짐으로써 현실로 인해 포기한 삶을 상징한다.
또한 왼쪽 이미지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식은 엔트로피 법칙을 의미한다. 모든 자연현상은 비가역*과정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마치 죽음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죽음 이후에는 다신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없으니까.
장례식인 만큼 죽음의 의미도 담으면서 공학도로서의 삶을 표현했다.

*비가역: 이전 상태에서 현재 상태가 되었을 때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

 

5. 인남홍
그동안 내가 재밌게 본 영화부터, 나의 취향, 생각, 심지어는 나의 인생관에도 영향을 준 영화 포스터, 장면, 인물들을 담았다. 아는 작품이라면 반가워하면 되고, 모르는 작품이라면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다. 극히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작품 하나하나가 아니고, 영화 자체가 가진 속성이다. 
 
영화는 단편적 세계이다. 영화를 보는 것은 한 인물의 삶의 특정 구간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잘 만든 영화일수록, 사건과 우연이 개연성이라는 필터를 거쳐 훌륭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럼 내 삶의 시나리오는 어떠했을까?

아마 평범한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든다면, 참으로 시시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개연성 있는 삶과 필연적 죽음은 없다. 그것이 내 사인처럼, 이렇다할 기승전결이 존재하지 않는 삶에 등장한 갑작스런 교통사고에 해당한다면, 그 누가 이 영화에 높은 평가를 내리겠는가?

이 유서는 내가 ‘평소에 유서를 품고 다닌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작성하고, 내가 어떤 죽음을 맞이할 지 모르는 채 발견된 유서이다. 그렇기에 유서의 테마는 아쉬움, 젊음, 갑작스러움이다. 

난 죽고 싶지 않다. 아직은 죽음이 나에겐 부정적인 개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본다면, 특히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잠깐 몇 초라도 나를 향한 애도를 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의 시나리오는 어떨지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별로 실용적인 행위는 아니겠지만.

完
完_공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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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은, 김재윤, 김정하, 박서영, 박서현, 손예형, 신예은, 안효진, 이예원, 인남홍, 지혜민, 채나경, 한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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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무수한 연들을 잠시 떼어내어 바라본다면, 그 연들의 조각은 이러한 모습이지 않을까. 
선이 벽을 횡단하고있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여러 색의 선과 선이 겹쳐지고, 얽히고, 붙으며 펼쳐지는 오색찬란한 광경 뒤로 무색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림자의 모음은 삶이 인연의 집합이었음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멀어져 가는 기억들을 모아 하나의 장면으로 간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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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랄트 8번째 기획전시 

<지금은 부재중이오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展>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2마길 14 '신촌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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