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사서함
박서현, 손예형, 채나경, 한재연
300x200cm
오브제, 사진 매체, 음성 매체
작품 <음성사서함>은 익명의 인물들이 죽음 이후 남긴 음성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그들의 마지막 한마디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작품 속 발신인들의 이야기는 지금 살아있는 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질문을 던진다. 음성메세지와 발신인들이 생전에 남긴 물건들을 함께 감상하며 그들이 남긴 삶의 메시지를 되새기고자 한다
지금 이곳에서, 당신의 앞에 네 통의 음성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죽음을 이미 맞이한 자, 혹은 누군가의 죽음에 얽혀있는 자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각자 죽음과 관련하여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 걸까요? 어떤 이는 내게도 존재했던 이 일 수 도 있고, 어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을 수 도 있습니다. 전시장에 마련된 QR코드를 통해, 직접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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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죽음, 그리고 경계
채나경
약 120x80x100cm
페브릭, 옷 핀, 실, 디지털 인쇄
절벽 위의 한 발자국 내딛음이 삶과 죽음을 결정하듯. 지금 난 삶과 죽음, 그사이의 경계에서 사는 것 같다. 경계 너머엔 죽음이라는 커다란 벽이 존재하고, 이는 경계를 스스로 끊어내지 못할 두려움을 준다. 오늘 만큼은 벽을 허물고 경계를 넘어 죽음에 갇힌 이들을 구하고, 그 대가로 나의 두려움들을 죽음에게 줄 것이다.
* 이 작품은 관객 참여형 작품입니다. 아래 작품 설명을 읽고 편하게 참여하시길 바랍니다.
- 양초가 올려진 천은 죽음의 영역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검은 실로 연결된 반대쪽의 천은 삶의 영역을 의미합니다. 잘린 두 천을 잇는 검은 실은 죽음과 삶의 영역을 구분 지으며, 동시에 그 둘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 삶의 영역에는 현재 죽음의 영역에 존재하나, 제 삶으로 데려오고 싶은 것들을 하얀색의 실로 꿰놓았습니다. 네 장의 사진들은 제가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순간들입니다. 그사이 존재하는 꽃들은 각각 에델바이스(Edelwelss), 설강화(Snowdrop), 주황색 장미(Orange Rose)입니다. 각 꽃은 꽃말을 지니고 있는데, 에델바이스는 ‘용기’, 설강화는 ‘희망’, 그리고 주황색 장미는 ‘열정,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 죽음의 영역에는 제 삶에서 죽음으로 내몰고 싶은 것들을 옷핀으로 매달아 놓았습니다. 네 장의 사진들은 제가 죽음을 바라보았던 시기의 기억들입니다. 그 사이 존재하는 꽃들은 각각 노란 카네이션(Yellow Carnation), 금잔화(Marigold), 수선화(Narcissus), 아마릴리스(Amaryllis), 노란 장미(Yellow Rose)입니다. 꽃말로 노란 카네이션은 ‘경멸, 거부’, 금잔화는 ‘실망, 비탄, 비애’, 수선화는 ‘내면의 외로움’, 아마릴리스는 ‘겁쟁이’, 그리고 노란 장미는 ‘질투, 시기’를 의미합니다.
죽음의 영역에 존재하는 백지 사진이 보이시나요? 이는 작품을 보시는 여러분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나의 삶을 괴롭히는, 혹은 나를 죽음으로 내몰게 하는 것들이 존재하실 것입니다. 오늘 이들을 죽음의 영역으로 몰아넣어 봅시다. 죽음의 영역 위에 있는 캔들 라이터를 이용해 양초에 향을 피워보세요. 그리고 죽음으로 내몰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며 양초의 불을 끄시면 됩니다.
+ 작품 제작 배경
지난겨울,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소중한 이들을 죽음이 앗아가는 순간을 직면했다. 영원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에. 죽음으로 보내는 순간을 상상해 볼 용기조차 없었기에. 영화, 드라마, 광고, 소설 등을 보고 쉽게 눈물을 흘리는 나였는데,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직면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두 번의 장례를 연달아 치른 후, 집으로 돌아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나와 멀리 있지 않구나’
그러다 갑자기 문득 아직도 날 괴롭히는, 내 인생에서 죽음과 가까워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죽음을 바랐던 그 순간 난 죽음이 주는 두려움에 결국 가까이하지 못했었다.
죽음과 가장 가까웠던 순간, 소중한 이를 죽음으로 보낸 순간.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삶 그리고 죽음 그사이에는 얇은 실과 같은 경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이 얇은 실은 비록 쉽게 끊겨 두 사이를 허물어버릴 것 같아 보여도, 죽음과 삶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슬펐다.
경계를 넘어 죽음의 영역에 있는 것들을 삶의 영역으로 데려오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대가로 나를 죽음의 두려움으로 몰아 넣는 나의 삶의 영역에 있는 것들을 죽음의 영역으로 보내고 싶었기에.
이번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며 이미 죽음으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소중한 이들과 함께한 추억을 회상하고 이를 다시 나의 삶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나를 죽음으로 내몰려 한 순간의 기억을 청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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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적
신예은
53x33cm (M형 10호) 세 점
혼합재료
<궤적> 연작은 가상존재의 (삶의) 궤적을 방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의 물건, 혹은 방은 그것이 움직이면서 남긴 자국이나 자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 가상존재는 관객이 될수도, 내가 될수도, 혹은 우리 곁에 오랫동안 같이 있었던 존재가 될수도 있다. 이 가상존재가 대표성을 띄게 하기 위해 내가 눈으로 인식한 이미지가 회화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내가 떠올린 기억, 감성, 바라봤던 시선이 함께 용해되어 방 안은 재구성 된다. 떠나간 존재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을만한 내러티브를 그림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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蓄音
박서현
55x35cm *3
사진 매체, 종이 인쇄
나이, 성별,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당신들의 삶과 죽음을 담았다. 우리는 같은 지구 안에 살지만, 우리의 세계는 모두 다르고 그렇기에 삶과 죽음 또한 그러하다. 닮은 구석이 있지만 또 다른, 다르지만 닮은 모양새의 이야기들을 통해 당신 속에 모아져 있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길 바라 본다.
#1 photo-bridge
인터뷰이와의 인터뷰 이후 작가의 생각에서 파생.
여러 궤도를 지닌 다리가 얽히고 설킨 모양새는 꼭 관계를 닮았다.
교차점에서 잠시 마주치고 이내 자신의 궤도를 향해 갈 수도 있고,
두 다리의 궤도가 합쳐져 하나의 궤도를 그리게 될 수도 있는 것.
이것이 다리와 다리 간의 관계성이다.
또한 이것이 우리가 생에서 맺어가는 관계들이다.
다리가 있기에 누군가는 여러 길을 탐험해볼 수 있듯이,
우리는 관계를 통해 삶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것 아닐까.
#2 photo-sunset
사진을 함께 전시한다는 말에 노을을 찍어달라는 인터뷰이의 요청이 있었다. 죽음을 맞이한 후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마음속에 존재하는 그리운 대상과 같이, 노을도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서서히 하얀 하늘에 물들어 영원히 잊히지 않는다던 그의 말.
#3 photo-ocean
사진을 함께 전시한다는 말에 검은 바다를 찍어달라는 인터뷰이의 요청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다던 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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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 was (t)here, ___ will be (t)here.
김정하
120x60cm
디지털 인쇄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죽은 이가 천국을 간다거나 윤회를 한다거나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나는 학교에서 뉴스를 봤다. 눈물이 고였고 먹먹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갔다. 친구는 그의 죽음을 말하며 울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어딘가에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이곳에서보다 더 행복하게.
남은 사람들은 그저 이곳에 머물렀던 그들을 회상한다. 그들은 어디인지 모를 그곳에 있을 것이며, 그들은 더 행복할 것이라고 더 많이 웃고 있을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곳(there)'은 '이곳(here)'과 같은 공간일 지도, 남은 자들이 꾸며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곳 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 수 있음을 생각한다.
지금 이곳에서 또는 어디인지 모를 그곳에서, 살고 또 죽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다양한 모습의 죽음을 마주하는 우리는 이곳에서 언제나 그들을 애도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어디인지 모를 그곳으로 갈 것이다. 그렇게 살고, 죽는다.
김애란 <바깥은 여름>, 조해진 <환한 숨>, 김금희 <경애의 마음>, 최은영 <쇼코의 미소>에서 남은 자들이 떠난 자를 애도하는 마음,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삼았다.
_언제나 마음 한 켠에 그들을 담고 살아간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함께 슬픔을 나누고 울어주었던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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